달뜨면 내가 보고 있는 줄 아시게
해강 김규남
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자더니
백년해로는커녕
일 년을 못 채운 육십 여 년
임신 4개월 새색시는
지나온 세월에도
아직은 수줍은지
그리움 사무쳤던 시간 넘어
늙은 신랑 마주보지 못한다
아비 없이 키운 아들
죄암죄암하면서 듣던 과부 소리
누구에게 하소연하랴
어디서 보상받으랴
한 많은 세상 잘못 타고난 죄밖에
굴곡진 세월 안쓰러워 손 마주 잡아보지만
바람 탄 무처럼 가슴 휑해지고
짧은 만남에 다시 도지는
악몽,
깡마른 신랑
인민군 끌려갈 때처럼
오늘도 말없이 북행(北行)버스에 오르고
다시 기약 없는 만남을 알기에
'달뜨면 내가 보고 있는 줄 아시게'한다
망연자실 보내며
대답 대신 축 처진 어깨 들썩이더니
팔순 새댁,
털썩 주저앉아
소보다 크게 운다.
▲ 해강(海綱) 김규남 시인
* 해강 김규남 통일염원 시집‘네 소원 뭐냐 하시면’중에서..
* 귀한 시를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김규남 시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.